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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벗어난 달과 같이... - 웅산 원종스님

구름을 벗어난 달과 같이...


창원 성주사 주지  웅산 원종


옛날 브라흐마닷타 왕께서 바라나시를 거느리고 있을 때입니다.

바라나시 왕궁 근처에는 큰 공원묘지가 하나 있었는데 그 부근에 수백 마리의 개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왕이 수레를 타고 꽃구경을 갔다가 궁궐로 돌아왔습니다.

마차를 몰던 마부는 밤이 늦어 가죽 끈을 매어 둔 수레는 뜰에 둔 채 말만 마구간에 매어두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날 밤 비가 내려 마차에 엮어져 있던 가죽 끈들이 모두 물에 젖자 궁궐에 살고 있던 개들이 그 가죽 끈을 전부 뜯어 먹어 버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왕이 행차하기 위해 마차를 타려 하는데 마차에 가죽 끈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들은 왕에게 개들이 가죽 끈을 모조리 뜯어먹었다고 아뢰었습니다.

그러자 화가 난 왕은 “개란 개들은 보이는 대로 다 잡아 죽이라.”고 명을 내렸습니다.

명을 받은 대신들은 아무리 짐승이지만 매일 보면서 정이 들어서인지 궁궐 안에 있는 개들을 놔두고 멀리 궁궐 밖의 개들부터 잡아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개들이 두려움에 떨며 여기저기 도망 다니자, 슬기로운 개 한 마리가 모든 개들을 안심시킨 뒤 궁궐 안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뛰어 들어오는 개 한 마리를 보고 대신들은 잡으려 허둥댔지만 그 개는 쏜살같이 왕의 용상 밑으로 기어들어갔습니다.

개가 용상 밑에 들어가 나오지 않자 왕은 대신들에게 그 개를 잡지 못하도록 명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개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어떠한 연유로 여기까지 온 것이냐?”

“대왕이시여, 저는 대왕의 나라에 사는 개입니다. 제가 여기 온 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대왕께서 어떤 연유로 개란 개는 모조리 잡아 죽이시는지 알고 싶어 왔습니다.”

“내 마차의 가죽 끈들을 개들이 전부 뜯어먹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안의 모든 개들을 죽이라고 명을 내렸다.”

그러자 개가 하는 말이

“대왕이시여, 어떤 사람이 죄를 지었는데 그 죄를 지은 사람을 잡지 못했다 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그 죄를 물어서 피해를 입힌다고 하면 그 일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죄를 지은 사람에게 벌을 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벌을 준다고 하면 그게 옳은 일입니까?”

“아니다. 그것은 잘못된 일이다. 죄인을 못 잡는다 하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는 일이다.”

“대왕이시여, 저희들도 대왕의 나라에 사는 대왕의 백성들입니다. 제가 가죽 끈을 뜯어 먹은 개들을 잡아들이겠습니다. 잡을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네가 어떻게 잡아내겠느냐?”

“대왕이시여, 낙장(酪漿)과 길상초(吉祥草)만 주신다면 제가 잡아내겠습니다.”

왕의 명으로 개에게 낙장과 길상초가 주어지자 궁궐에 있는 모든 개들을 전부다 모았습니다.

그리고는 궁중의 개에게 길상초를 탄 낙장을 먹이자 간밤에 뜯어먹은 가죽을 모두 토해 냈습니다.

그렇게 해서 궁궐에 있는 개들이 가죽 끈을 먹었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보십시오. 임금님께서 정의를 가려서 정치를 베풀지 못한다면 이렇게 애꿎은 백성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왕은 개의 말을 듣고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그 뒤부터는 무슨 일이 생기면 바른 법을 기준으로 정의를 밝혀 어진 정치를 베풀었다고 합니다.

왕이 정도를 따르지 않으면 충신은 물러나 숨어 버리고 지혜 있는 자도 분규에 휩쓸릴까 두려워 침묵하고 마는 것입니다.

아첨하는 자만이 정권을 잡고 제 마음대로 공권력을 휘둘러 부정하게 축재하는 것이니 백성들의 어려움은 날이 갈수록 더하게 되는 것입니다.

왕이 정도를 지키고 선정을 베풀면 백성들의 삶은 나날이 풍족해지고 나라는 번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에게 잘못이 있더라도 뒤에 그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을 비추는 훌륭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비록 나라가 혼란하고 경제가 어렵더라도 법을 고치고 구조를 바꾸고 바른 마음 청정한 마음 정의로운 마음으로 정사를 편다면 이 나라는 화평하고 백성들의 삶은 풍요로울 것입니다.

마치 구름을 벗어난 달과 같이...


창원 성주사 주지 : 웅산 원종 합장